김기석 목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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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목사 칼럼] 그대, 안녕하신지요?카테고리 없음 2023. 9. 4. 10:39
그대, 안녕하신지요? 김기석 어린 시절, 아침에 길을 걷다가 동네 어른들을 뵐 때마다 ‘진지 잡수셨어요?’라고 인사했다. 진지는 누구나 알듯이 밥의 높임말이다. 밥을 먹었는지 먹지 않았는지가 궁금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이 인사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기원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 인사말이 사라졌다.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세태의 반영일 것이다. 유대인들의 인사말은 ‘샬롬’이다. 평화라고 흔히 해석되지만 이 말 속에 담긴 함의는 복잡하다. 평화는 전쟁이나 불화가 없는 상태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평화는 몸도 마음도 두루 평안할 뿐 아니라, 배가 고프거나 몸이 아프지 않고, 가족들이 다 무고할 때 우리 마음에 깃드는 고요함이다. 평화는 그래서 현실태라기보다는 실현되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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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목사 칼럼] 신의 이름을 오용하는 이들카테고리 없음 2022. 10. 5. 09:51
신의 이름을 오용하는 이들 러시아발 위기가 심각하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지역을 합병하기 위한 주민 투표가 진행되었다. 러시아는 주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고 선언했다. 이제는 의회의 결정이라는 절차만 남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그 투표가 적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며 합병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한다. 러시아는 그러나 그런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만약 그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있다면 그것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지역 전문가들은 그 말이 단순한 위협이 아닐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러시아는 이미 예비군 동원령을 내렸고 전쟁에 나설 의사가 없는 이들은 징집을 피하기 위해 외국으로의 이주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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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목사 칼럼]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렸네좋은글 2022. 8. 31. 18:25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렸네 “저보다 꼭 십년 위신데 십년 전보다 좋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후배가 물었다. 늘 긍정적이고 명석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평판을 듣고 있는 그의 음성이 해질녘 서해 바다처럼 사뭇 쓸쓸하게 들렸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고, 열심히 일하면서도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 것이 십년 세월이 내게 준 선물 같아요.” 그는 사소한 차이 때문에 서로를 용납하지 못하고 분열에까지 이르는 세태를 탄식했다. 어제까지 동료였던 이들이 진영 논리에 따라 갈리면서 서로를 낯선 존재로 바라보는 현실이 아팠던 것이다. 통합을 지향해야 하는 정치와 종교가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 경계선을 만들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주장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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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목사 칼럼] 땅을 거룩하게 하라는 소명카테고리 없음 2022. 7. 8. 17:23
땅을 거룩하게 하라는 소명 유대인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솔로몬은 여기저기에 많은 궁궐과 성을 지었지만 아직 성전을 짓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성전을 지을만한 땅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해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어느 날 밤 그는 '성전을 짓기에 가장 알맞은 장소가 어딘지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슬그머니 궁궐을 빠져 나와 언덕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혹시 좋은 생각이 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어느덧 그는 모리아 산에 이르게 되었고, 거기에 있는 커다란 올리브 나무에 기대 눈을 감았다. 그동안 둘러보았던 아름다운 땅을 머리에 떠올리고 있는데 문득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무슨 일이 벌어지나 보고 있었다. 어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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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목사 칼럼] 꽃씨를 뿌리는 사람들설교모음 2022. 6. 23. 10:10
꽃씨를 뿌리는 사람들 주님의 평안을 빕니다. 오랜만에 편지를 통해 인사 드립니다. 벌써 6월 중순입니다. 해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새벽 5시만 되면 창밖으로 환한 빛이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부지런한 농부들은 이미 보리를 다 베고 모내기를 하고 있습니다. 토마토 순지르기도 거를 수 없지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밭에 들어가 토마토 곁순을 잘라주던 일이 떠오르네요. 약쑥을 베어다가 효소를 담그는 분들도 계십니다. 열매를 맺는 남새에 버팀대를 세워주는 것도 이맘때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봄 푸성귀로 여름 김장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굳이 많은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삶을 누릴 줄 아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때를 아름답게 하신다지요? 때를 분별할 수만 있어도 삶은 제법 풍성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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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목사 설교문] 이야기는 이야기를 부르고설교모음 2022. 5. 13. 23:39
이야기는 이야기를 부르고 사람들이 사는 곳 어디에서나 이야기가 빚어진다.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합류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낳는다. 사람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어떤 이야기의 일부로 살아간다. 이야기 전체의 시종을 아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각자에게 허락된 시간과 장소와 성격을 날실과 씨실로 삼아 다양한 삶의 무늬를 만든다. 그 무늬가 모인 것이 문화이다. 세상에 무의미한 이야기는 없다.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다 비슷비슷한 것처럼 보여도 각 개인의 삶은 저마다 각별하다. 젊은 날에는 삶의 보편적 진실에 더 끌렸다면 지금은 개별적 삶의 이야기에 주목하게 된다. 그들이 감내하거나 극복해야 했던 신산스런 삶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가슴이 저릿해온다. 가인의 후예인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