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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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목사 칼럼]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렸네좋은글 2022. 8. 31. 18:25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렸네 “저보다 꼭 십년 위신데 십년 전보다 좋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후배가 물었다. 늘 긍정적이고 명석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평판을 듣고 있는 그의 음성이 해질녘 서해 바다처럼 사뭇 쓸쓸하게 들렸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고, 열심히 일하면서도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 것이 십년 세월이 내게 준 선물 같아요.” 그는 사소한 차이 때문에 서로를 용납하지 못하고 분열에까지 이르는 세태를 탄식했다. 어제까지 동료였던 이들이 진영 논리에 따라 갈리면서 서로를 낯선 존재로 바라보는 현실이 아팠던 것이다. 통합을 지향해야 하는 정치와 종교가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 경계선을 만들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주장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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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두 남매좋은글 2022. 1. 14. 21:49
두 남매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누나인가 하고 뛰어나가 보았더니 낯선 남매 거지가 깡통을 들고 밥을 얻으러 왔어요. “밥 좀 주이소.” 하는 소리가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옛날에는 내가 이랬지요. 태순이를 데리고, 순나를 데리고 이렇게 남의 대문간을 찾아다녔지요. “어서 들어온나.” 나는 얼른 거지 남매를 집안으로 불러들였어요. 어찌 보면 좀 낯익은 얼굴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낯선 얼굴이었습니다. 나는 그들을 부엌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순나가 뜨끈뜨끈한 밥을 두 그릇 떠서 그들에게 주었지요. 두 남매는 눈이 둥그런 채 나를 한번 보고 밥그릇을 한번 보고 했습니다. 이게 웬일인가 싶었던 모양이지요. “퍼뜩 먹어라. 배 안고프나.”하니 두 남매는 숟가락을 들었습니다. 정말 맛있게 밥을 먹었어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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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세 사람좋은글 2022. 1. 14. 21:45
세 사람 사람의 운명은 모르는 일입니다. 부자는 부자대로 일생을 끝내고 불행한 사람은 불행한 대로 평생을 삽니다. 그 불행한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미움받으며 업신여겨지며 살아가는 거지. 7시 반쯤 목욕탕에 갔더니 모녀 세 사람의 여자거지가 와 있었습니 다. 세 사람 모두 살갗이 검고 어깨까지 늘어뜨린 머리칼은 엉클어지고 까실까실했습니다. 내가 갔을 땐 탕에서 나와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남자 가 입는 윗도리로 너덜너덜해진 걸 깁지도 않고 빨지도 않아 냄새나는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되는 분은 단지 빨간 속치마와 기름때가 묻은 국방색 외투를 입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목욕탕에 들어온 사람들은 이들을 보자 대뜸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오는 사람 오는 사람 차가운 눈빛으로 흘려보았습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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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溫柔에 대하여_마종기좋은글 2022. 1. 13. 21:33
溫柔에 대하여 온유에 대하여 이야기하던 그 사람 빈집 안의 작은 불꽃이 오늘은 더욱 맑고 섬세하구나. 겨울 아침에 무거운 사람들 모여서 온유의 강을 조용히 건너가느니 주위의 추운 나무들 눈보라 털어내고 눈부신 강의 숨결을 받아 마신다. 말과 숨결로 나를 방문한 온유여, 언 손을 여기 얹고 이마 내리노니 시끄러운 사람들의 도시를 지나 님이여 누군가 어깨 떨며 운다. 그 겸손하고 작은 물 내게 묻어와 떠돌던 날의 더운 몸을 씻어준다. 하루를 마감하는 내 저녁 속의 노을, 가없는 온유의 강이 큰 힘이라니! 나도 저런 색으로 강해지고 싶었다. 불타는 뜬구름도 하나 외롭지 않구나.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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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하늘은 왜 저리 높은 것인가_박영신좋은글 2022. 1. 13. 21:30
하늘은 왜 저리 높은 것인가 저 하늘은 왜 있는 것인가. 왜 저리도 푸르며 높은 것인가. 구름이 마구 덮어 씌어도, 비바람이 휘몰아쳐도 그 너머 늠름하고 웅장한 모습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함이며, 이 땅에 더러운 짓거리들이 넘쳐나도 저렇듯 말없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음은 또 어떤 비밀 때문인가. 저는 가끔 하늘을 우러러보며 이런 물음을 던집니다. 호수길 맞은 쪽에 늘어선 답답한 건물들 그 너머에서 하늘은 언제나 저토록 넓고 높습니다. 오랜 동안 인간의 이성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믿었습니다. 화려 한 옷을 입고 나타난 이 이성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고 우겨댔습니다. 지난날의 것은 그 무엇이나 이성에 어긋난다며 모조리 밀어버렸습니다. 나아가, 세상의 모든 문제를 일거에 정복하겠다하고 모든 고통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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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나리소_도종환좋은글 2022. 1. 12. 15:55
나리소 가장 높은 곳에 있을 때 가장 고요해지는 사랑이 깊은 사랑이다 나릿재 밑에 있는 나리소 못이 가장 깊고 고요하듯… 여울을 건너올 때 강물을 현란하게 장식하던 햇살도 나리소 앞에서는 그 반짝거림을 거두고 조용해지듯 한 사람을 사랑하는 동안 마음이 가장 깊고 착해지지 않으면 진짜 사랑 아니다 물빛처럼 맑고 투명하고 선해지지 않으면 ---- 도종환 님의 “나리소”라는 제목의 시다. 어떤 깊고 잔잔한 못을 보면서 진정한 사랑의 뜻을 묻고 있다. 한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 영혼의 선함이 같다는 것을. 그래서 그런 존재에게서 나오는 힘이야말로 세상을 진실로 감동시키고 또한 새롭게 할 수 있음을 그는 믿는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높은 곳에서 요란해진다. 그곳에서 자신의 선함을 버린다. 자신의 반짝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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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그러자 예수께서는 우셨다_작자미상좋은글 2022. 1. 12. 15:53
그러자 예수께서는 우셨다 그때 예수께서 제자들을 산으로 데리고 올라가 곁에 둘러앉히고 이렇게 가르치셨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온유한 사람의 행복하다.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 옳은 일에 주린 사람은 행복하다. 박해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고통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에서 보상이 크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말했다. “그 말씀을 글로 적어 놓으리이까?” 그리고 안드레아가 말했다. “그 말씀을 잘 새겨 둬야 할까요?” 그러자 야고보가 말했다. “그걸 갖고 우리끼리 시험을 쳐 볼까요?” “그리고 빌립보가 말했다. “우리가 그 뜻을 잘 모를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그리고 바돌로메가 말했다. “우리가 이 말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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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눈 한송이의 무게_작자미상좋은글 2022. 1. 12. 15:50
눈 한송이의 무게 아주 작은 박새가 비둘기에게 물었다. “눈송이의 무게를 알고 있니?” 비둘기가 대답했다. “눈송이의 무게라고? 눈송이에 무슨 무게가 있겠어. 허공처럼 전혀 무게가 없겠지.” 그렇다면 내 이야기를 들어보라며 박새가 말했다. “언젠가 나는 눈 내리는 전나무 가지 위에 앉아 있었어. 할 일도 없고 해서 나는 막 내리기 시작하는 눈송이 숫자를 세기 시작했지. 가지 위에 쌓이는 눈송이 숫자를 말이야. 눈송이는 정확히 374만 1,952개가 내렸어. 그런데 말이야….” 박새의 잔잔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 다음 눈송이 하나가, 374만 1,953번째 눈송이 하나가 가지 위에 내려앉자, 가지가 그만 뚝 부러지고 말았지. 무게가 전혀 없는 허공과 같은 눈송이 하나가 앉았을 때!” 박새의 이야기를 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