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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글] 그러므로, 저는 당신입니다_이현주
    좋은글 2021. 12. 2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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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음이란?


    사람이 무엇을 믿는다는 것은 그 무엇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을 자기 생각대로 쪼개어 어떤 부분은 받아들이고 어떤 부분은 밀어낸다면 그것은 믿는 게 아니다.


    내가 만일 예수를 믿는다고 하면서 그의 행위나 말씀 가운데 어느 부분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는 무슨 다른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예수를 믿는 게 아니라 농락하는 것이다. 명색이 그리스도인이라면서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사람이 슬기로운 듯하나 어리석기 짝 없는 물건인지라 제가 무슨 짓을 시방하고 있는지 잘 모르면서 할 때가 많이 있는 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몇몇 큰(?) 교회가 걷은 헌금 얼마를 양로원인지 고아원인지 무슨 시설에 전달하는 전달식을 공개로 박수를 치고 기도하면서 벌인 일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무시 또는 능멸한 것인데, 그것이 그렇다는 사실을 몇 사람이나 알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그러지 말라고 스승이 가르쳤는데도 그렇게 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제자의 길이 아니다.


    순간마다 맑게 깨어 있지 않으면 누구라도 그런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용수철처럼, 짬만 나면 솟구쳐 오르는 못된 버릇을 속에 지니고 사는 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스승을 모시는 제자라면, 스승을 믿어 의심치 말아야 한다. 그분이 하지 말라는 것은 이를 악물고라도(예수님은 이 대목에서 “눈 하나를 뽑 아버리고서라도”라는 독한 말씀을 하신다) 하지 말아야 하고, 그분이 하라는 것은 아무리 힘들어 보여도 해야 한다.


    내가 누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나를 그에게 있는 그대로 내어 맡기는 것이다. 내가 친구를 믿는다면서 그에게 집 열쇠 를 맡길 수 없다면 그것은 친구를 믿는 게 아니라 가지고 노는 것이 다. “여어, 친구! 나는 그대를 믿는다네.” 이렇게 말하면서,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또는 서로 마주칠 적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서, 집 열쇠 하나 맡기지 못한다면 그것이 어찌 상 대를 농락하는 게 아니겠는가?


    내가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은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그리스도에게 내어 맡긴 사람이다. 그래서 더 이상 자신의 ‘나’가 없는 사람이다. ‘내’가 없는 사람에게 ‘내 것’인들 무엇이 있겠는가?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 무엇에 집착할 수 있겠는가? 그리스도인은 아무 것에도 집착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할 수 없는, 집착할 ‘나’도 ‘물(物)’도 없는, 그런 사람이다.


    원리가 이처럼 명백한데도 사는 동안 끊임없이 염려하고 집착하고 그리하여 괴로워하는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러고도 계속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살아갈 것인가?


    대답은 ‘그렇다’이다. 다만, 그러니까 어떻든지 깨어 있고자 애쓰고, 잘못한 것은 그때그때 뉘우쳐 고치면서,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 할 따름이다. 이 노력이 나에게 구원이라는 열매를 따서 줄 수는 없 지만, 그러나 이 노력이 나에게 없다면 하늘인들 나에게 무엇을 줄 (할) 수 있으랴?


    바울로가 복음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믿음의 행위를 짐짓 나누어 말했지만, 그가 뭐라고 했든 ‘믿음’이 ‘사랑’과 마찬가지로 명사(名詞) 가 아니라 동사(動詞)라는 사실만큼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것이 그렇다는 것은 바울로의 생애를 슬쩍 한번 훑어만 보아도 대번에 알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이 시간에도 굶주리고 목마르고 헐벗고 매맞으며 집없이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손발이 부르트도록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를 욕하는 사람을 축복해 주고 우리가 받는 박해를 참아내고 비방을 받을 때는 좋은 말로 대답해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이 세상의 쓰레기처럼 인간의 찌꺼기처럼 살고 있습니다.”(고전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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