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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글] 하늘은 왜 저리 높은 것인가_박영신
    좋은글 2022. 1. 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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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은 왜 저리 높은 것인가



    저 하늘은 왜 있는 것인가. 왜 저리도 푸르며 높은 것인가. 구름이 마구 덮어 씌어도, 비바람이 휘몰아쳐도 그 너머 늠름하고 웅장한 모습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함이며, 이 땅에 더러운 짓거리들이 넘쳐나도 저렇듯 말없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음은 또 어떤 비밀 때문인가.


    저는 가끔 하늘을 우러러보며 이런 물음을 던집니다. 호수길 맞은 쪽에 늘어선 답답한 건물들 그 너머에서 하늘은 언제나 저토록 넓고 높습니다.


    오랜 동안 인간의 이성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믿었습니다. 화려 한 옷을 입고 나타난 이 이성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고 우겨댔습니다. 지난날의 것은 그 무엇이나 이성에 어긋난다며 모조리 밀어버렸습니다. 나아가, 세상의 모든 문제를 일거에 정복하겠다하고 모든 고통과 악도 몰아내겠다 큰소리쳤습니다. 진리의 독점자로 군림하였습니다. 독선의 칼을 마구 휘둘러댔습니다. 그 발아래 짓밟히지 않을 장사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당함이 서려있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간단할 수 없었습니다. 인간의 오만이었습니다. 기껏 이성은 부분의 성공을 거두었을 뿐입니다.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긴 했다지만 새로운 고통도 불러왔습니다. 핵이 드리우고 있는 무서운 그림자를 보십시오. 인간이 신주처럼 모시던 이성이 오늘의 과학을 잉태하면서, 마침내 스스로 절대의 자리에 올라선 다음 아무렇게나 뱉어 낸 오만의 결과물입니다.


    옛 우상을 허물어뜨린 그 자리에 과학이라는 새로운 우상이 들어선 것입니다. 과학뿐이 아닙니다. 지난 얼마 동안 우리는 물질의 풍요가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경제 성장과 개발이 우리의 신앙이었습니다. 그것 너머 다른 것은 관심 밖이었습니다.


    물질의 풍요를 삶의 마지막 목표이자 가장 높은 이상으 로 삼았습니다. 과학이라는 것도 물질 획득의 순박한 시녀가 되었습니다. 모든 에너지가 이 한 점에 모아졌습니다. 한 눈 팔지 않고 오로지 물질의 획득에 모든 열정을 다 쏟아 바쳤습니다. 그렇게 하여 경제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우리의 뿌듯함이요 떠벌리는 자랑입니다. 우리의 역사 입니다. 물질을 더할 수 없이 가장 높은 가치로, 가장 높은 목표로 올려놓고 그것을 신앙하며 살아왔습니다. 그 사이 우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모두가 물질주의자가 되고 유물주의자가 되었습니다. 물질 획득이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일 뿐만 아니라 그것이 곧 행복의 조건이요 행복의 정점이라는 굳은 믿음의 신봉자로 살고 있습니다. 철저한 ‘유물주의 자’며 ‘유물주의 광신도’입니다.


    유물주의란 철책 너머 어느 무서운 땅에 진치고 있는 낯선 체제가 아닙니다. 저 만큼 따로 있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한 가운데, 우리의 삶과 의식 그 속에 진치고 있습니다.


    삶과 세계를 경제의 눈으로 보고 모든 것을 물질의 잣대로 재려는 유물주의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아주 조용하게 이 땅을 점거한 것입 니다. 유물주의 체제가 세워진 셈입니다.


    이제 우리의 굳어진 의식 세계를 넘어설 때가 왔습니다. 우리가 빠져 든 우매한 믿음의 세계를 넘어서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여태 당연하다고 믿어온 바로 그것들을 넘어서야 하는 믿음, 오늘날 절대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의식세계 바로 그러한 것들을 넘어서야 할 그러한 믿음을 가질 때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오만에 대한 부정을 뜻하며 인간의 한계에 대한 자기 성찰이요 확인을 뜻합니다.


    믿음의 세계란 우리가 ‘믿는 바’를 넘어서고 또 넘어서게 하는 그 무엇을 뜻합니다. ‘믿음’은 그 어디고 머물러 고착되어 있지 않고 끝없이 넘어서고 넘어서는 초월의 행위를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믿음은 모든 것을 넘어 ‘끝없이 열려있는’ 그 무엇에 맞닿고자 합니다. 그렇지 않은 믿음은 파괴해야 할 우상입니다. 굳어 있기 때문입니다. 열려 있지 않고 닫혀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늘 쳐다보기를 좋아하고, 하늘은 왜 높이 있는 것인가 하며 하늘과 대화하고자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이 아무리 잘난 듯 날뛰어도 하늘만큼 높이 뛰지 못하며, 아무리 높이 집을 지어 올린 다 한들 하늘을 뚫어내지 못합니다. 하늘은 인간의 범위 그 너머에 끝 없이 펼쳐져 있는 열린 세계입니다. 그래서 하늘은 우리의 믿음입니다.


    (이 글은 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 1월호에서 따왔습니다. 글쓴 이 박영신 님은 “나는 녹색연합 사람입니다”라고 늘 첫인사를 하시는 녹색연합 상임대표입니다. 뒤늦게 신학을 하여 목사님이기도 한 님은 평생을 학생들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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