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매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누나인가 하고 뛰어나가 보았더니 낯선 남매 거지가 깡통을 들고 밥을 얻으러 왔어요.
“밥 좀 주이소.” 하는 소리가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옛날에는 내가 이랬지요. 태순이를 데리고, 순나를 데리고 이렇게 남의 대문간을 찾아다녔지요.
“어서 들어온나.” 나는 얼른 거지 남매를 집안으로 불러들였어요. 어찌 보면 좀 낯익은 얼굴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낯선 얼굴이었습니다. 나는 그들을 부엌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순나가 뜨끈뜨끈한 밥을 두 그릇 떠서 그들에게 주었지요.
두 남매는 눈이 둥그런 채 나를 한번 보고 밥그릇을 한번 보고 했습니다. 이게 웬일인가 싶었던 모양이지요.
“퍼뜩 먹어라. 배 안고프나.”하니 두 남매는 숟가락을 들었습니다. 정말 맛있게 밥을 먹었어요. 나와 순나는 우두커니 서서 밥 먹는 남매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불쌍한, 이것들이 옛날의 우리였습니다. 정말 불쌍하게 보였습니다. 아버지만 술을 잡숫지 않고 부지런히 상 일을 하신다면 이놈들 둘쯤은 같이 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두 남매를 보내며 나는 다음에 또 오라고 당부했습니다. 대문간에 한참 동안 서서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가는 두 남매를 지켜 보았습니다.
(윤복이의 일기, 1965년 10월)